9월호 작은것이 아름답다에 실린 서평입니다.


《소유의 역습 그리드락》


여기 양을 키우는 목동들이 있고 양들에게 풀을 먹일 수 있는 주인 없는 목초지가 있다. 누구나 자기 양에게 풀을 많이 먹이고 싶은 욕심이 생길 것이고 풀이 자라는 속도보다 너무 많은 양이 풀을 뜯어 먹으면 목초지는 곧 황폐하게 되어 결국 아무도 양들에게 풀을 먹일 수 없다. 이렇게 관리되지 않는 주인 없는 목초지가 불러오는 비극의 결말을 생태학자 개릿 하단은 ‘공유지의 비극’이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동들 모두에게 목초지를 쪼개 나눠주고 관리하게 한다. 하지만 양에게 풀을 먹이기에는 목초지가 너무 작게 쪼개져 풀은 무성하지만 아무도 양을 키울 수 없는 ‘그리드락’ 현상이 발생한다.


그리드락은 오도 가도 못하는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차량정체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자원이 활용되지 않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지도 않는 ‘경제 정체상태’를 가리키며 지나치게 많은 소유권이 경제 활동을 오히려 방해하고 새로운 혁신 기회를 가로 막는 현상을 뜻한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이자 시장경제에서 여전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유권’을 예로 들 수 있다. 집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는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허는 날마다 쏟아지고 있지만 특허는 또 다른 혁신을 막는 걸림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음악저작 권리를 가진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음반 시장은 줄어든다.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많아지고 있지만 ‘사적 소유’ 증가는 오히려 경제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마이클 헬러교수는 그리드락 이해를 위해 무료주차장은 왜 금방 사라지는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 특허소유자들의 권리주장 탓에 신약 연구를 방해하는 경우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바나나 공화국(BANANA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을 예로 든다. 새로운 개발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규제가 중첩되어 ‘어디서든 아무것도 지을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활용되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 지식, 경험, 시간 같은 유무형 자원을 대여하고 나눠 사용하는 경제방식인 ‘공유경제’의 숨은 의미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도 ‘그리드락’은 새로운 시선을 갖게 한다. ‘모두의 것은 아무의 것도 아니다’라는 공유의 문제점은 ‘남용’이며,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소유권 을 갖고 있어 자원을 효과 있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반(半)공유재의 ‘미활용’이다.


모 두에게 개방되는 완전 공유, 내부자에게는 공유재이지만 외부자에게는 사유 재산인 부분공유 이른바 반(半)공유재의 개념, 여기에 ‘미활용’의 개념까지 덧붙이면 사유화 의도가 지나쳐 생기는 남용의 문제도 다른 시각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그리드락의 숨은 비용을 발견하고 공유재와 반공유재 사이 합당한 재산권이 자리할 수 있는 최적 지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매우 잘게 쪼개진 사유 재산을 모으는 것은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기회 기운데 하나이며, 반공유재 소유권 때문에 잃어버린 가치를 다시 찾을 수도 있다. 재산이 지나치게 잘게 쪼개지면 가치는 낭비된다. 그리드락을 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게 쪼개진 소유권을 모두의 이익을 위해 쓸 수 있도록 개인이 노력하거나 단체와 협력하는 연대가 필요하고, 법률 조정이나 강제 수단을 통해 방만한 규제를 없애는 정치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글쓴이는 올바른 수단을 쓴다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혁신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고, 어디에서 그리드락이 발생하고 있는지 발견하고 헤아리는 눈을 갖게 되면, 시민․소비자․사업가 같은 사람들이 좀 더 자신감 있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半)공유재의 미활용 개념을 생각해 보면 ‘공유경제’에서 이야기하는 유휴자원을 효율 있고 탄력 있게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잘게 쪼개진 권리들을 함께 누리도록 약속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소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휴가지에서 별장을 공유하는 개념에서 시작해 손에 잡히지 않은 시간과 개인의 능력까지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비극 속에 기회는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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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이장